📄 아기매미

오늘 비가 하루 종일 온다고 하더니 

집에 올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후덥지근하고 습했지만 

우산을 들지 않아도 되어서

발걸음은 조금 가벼웠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왜지?)

 

집에 도착해

식탁에 늘어지는 몸을 기대어 앉았다.

한참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던 중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눈을 찾을 수 있었다.

 

 

하아아아ㅏㅏㅏ아ㅏㅇ악!!!!!!!!!!!!

 

 

넌 누구니?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치게 되었다.

작은 생물체가 다리에 붙어서

올려다 보고 있었다.

 

소리 치면서

다리를 움직였음에도 

나를 다시 찬찬히 쳐다 보았다.

침착하고 차분한 녀석이었다. (I가 분명해 보였다.)

 

녀석을 다시 응시하니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처럼

눈이 빛나는 아이였다.

 

 

아기매미를 밖으로 보내 주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기매미도 나를 더 꽉 붙들었다.

앨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소리치는 동안에도

아기매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너무 놀랬던 탓이었을까?

작별할 때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굳이 무언가 물어 보고 싶지는 않았다.

자기만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었다.

 

 

 

 

밖으로 나와 아기매미가

올라탈 만한 것을 찾았다.

마침 재활용으로 나온 종이더미에서

기다란 키친타올 심을 집어 들었다.

 

 

아기매미 앞으로 내밀었지만

싫은 눈치 였다.

나도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벌써 자정을 앞둔 시간이었다.

더 강하게 심을 내밀었다.

줄곧 내 바지를 꼭 붙잡고 있던

아기매미는 심을 피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팠다.

 

 

연약한 몸을 차마 손으로 집어 올릴 수가 없어서

다른 탈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종이 그릇을 들어서 

떨어지지 않게 아기매미 밑에 갖다 대었다.

아기매미도 이제 나를 보내려는지

종이 그릇에 올라 탔다.

 

헤어짐을 기다리는 아기매미

 

종이 그릇에 탄 아기매미도

이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잃어버린 목소리도 찾아야 하고

마음을 강한 더 강하게 먹어야 한다.

 

 

세상은 나에게도 아기매미에게도 

따뜻하기만 한 곳은 아니기에...

내가 아기매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